칠십 대 할머니부터 여덟 살 손녀까지 3대가 손잡고 걷는다(중앙일보) |
---|
관리자ㅣ2019-09-19ㅣ조회수 2509 |
칠십 대 할머니부터 여덟 살 손녀까지 3대가 손잡고 걷는다
손민호의 레저터치 ![]() “내 고향 강릉시 두산동이오. 국민학교(초등학교) 졸업하고 먹고 살기 위해 홀로 부산 내려와 앞만 보고 살아왔소. 이제 살 만하여 돌아보니 벌써 칠십 중반이구려.… 어릴 적 땔감 구하러 다니던 그 길에 김연아 선수가 앞장서 유치한 평창올림픽 스케이트장도 생겼다 하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소.… 나도 어릴 적 학교 동무들과 걷듯이 함께 걷고 싶소. 이 늙은 감자바우도 꼭 데려가 주시오.” 잠깐 목이 멨던 것도 같다. 일흔네 살 어르신이 보낸 사연은 구구절절 사무쳤다.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다 늙어버린 당신이 이제 어릴 적 동무들과 걸었던 길을 소망하고 있었다. 이 소박한 그러나 지극한 소망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. 그래, 길을 걷는 것이 이러한 일일 테다. 이쪽 세상에서 저쪽 세상을 꿈꾸는 것일 테다. ![]() 올림픽 아리바우길 걷기축제 참가자를 모두 선발했다. 다 합쳐 210명만 참가할 수 있는데 1735명이 응모했다. 애초 공지한 대로 선발 기준은 사연이었다. 참가자들은 ‘이 가을 나는 왜 강원도 심심산골까지 찾아가 길을 걸어야 하는지’ 조목조목 이유를 밝혔다. 그 사연을 다 읽었다. 저마다 인생이 담겨 있어 조심조심 읽었다. 다 읽고서 거듭 깨달았다. 길을 걷는 건 얼마나 위대한 행동인가.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. ![]() ![]() ![]() 올림픽 아리바우길이 발굴한 최고의 비경 모정탑길. 3코스 막바지에 있다.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림픽 아리바우길이 시작하는 정선 아리랑시장. 권혁재 사진전문기자
![]() ![]() 올림픽 아리바우길이 끝나는 강릉 강문해변.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물론 기준은 있었다.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와 가족 신청자는 아무래도 점수가 후했다. 칠십 대 할머니부터 여덟 살 손녀까지 3대가 동행하는 가족, 축제 기간에 결혼 40주년을 맞는 부부의 사연이 기억난다. 최고령 참가자는 84세고, 최연소 참가자는 6세다. 외국인과 결혼 이주 여성도 있고, 가수와 피아니스트도 있다. 3주일에 걸쳐 9개 전 코스를 다 걷는 참가자는 3명이다. 이 중 한 명은 유튜브로 현장 중계를 할 예정이다. 아울러 인연이 빗나간 1500여 명께 한 말씀 올린다. 감사하고 죄송하다. 내년엔 꼭 같이 걷기를 바란다. 올림픽 아리바우길은 제주올레보다 힘든 길이다. 강원도의 높은 산도 오르고 긴 고개도 넘는다. 그래도 큰 걱정은 안 한다. 걷기축제는 제한 시간이 없다. 완주를 강요하지도 않는다. 이름 그대로 길을 즐기는 축제이어서다. 벌써 설렌다. 당신과 함께 걸을 생각에 가슴이 뛴다. 길에서 만나자.
레저팀장 ploveson@joongang.co.kr
원본 링크 https://n.news.naver.com/article/025/0002938133
|
이전글 ![]() |
올림픽 아리바우길 촬영분 |
---|---|
다음글 ![]() |
'로드프레스' 10인 울트라바우길 완주 |